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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어줄까?
- 깜짝이야!

 

망할!

 

조심해
그러다 골로 가네

 

구경해도 될까?

 

- 말려도 소용없어요
- 막으려는 거 아닌데

 

왜 이러나 물어도 될까?

 

-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거
- 저기요

 

무례하게 굴긴 싫지만
그냥 좀...

 

아, 그래 그럼
마저 하던 것 해

 

한참 걸릴까?

 

이런 씨!
산통 다 깼네

 

- 도우러 온 건데
- 저기...

 

혼자 두는 게 돕는 거예요

 

훨씬 쉽게 해줄 수 있는데

 

싫은가?

 

하긴 댁 목숨이니

 

여기 명함이나 받게

 

넣어둬

 

- 필요하면 연락하고
- 저기요

 

도움 주시려는 건
고맙지만...

 

그 단계는 지났어요

 

그래, 뭐...

 

행운을 비네

 

미쳐!

 

데드 위크 : 인생마감 7일전

 

아래도 안 보고 뛴 거야?

 

눈 꽉 감았거든요

 

어찌 보면
재수 옴 붙은 거네

 

이번엔 뭔 일인데?

 

무슨 일이 있었겠지
말해봐

 

삶이란 게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헛짓의 연속이죠

 

오, 윌리엄

 

내 고충도 좀 알아줘

 

구조원이 자살에 목매고 있으니
얼마나 불안하게

 

나 정말...
이해하려곤 하는데

 

너만 힘들 게 사는 것 같지?

 

그래!
세상이 똥 같지

 

헌데 온종일 똥만 째려보면
당연히 똥만 보일 수밖에

 

살아야 할
이유 같은 걸 찾아봐

 

입에 총 넣고
방아쇠 당기려다가도

 

"헐, 나 트윅스도 못 먹어봤지"
라던가

 

네?

 

끔찍한 현실에서
눈 돌릴 거리를 찾아봐

 

이 일 같은 거

 

- 레저센터 직원인데
- 인명 구조원이잖아!

 

목숨 구하는 거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

 

제가 마지막으로
사람 구한 게?

 

작년이지
리처즈 부인

 

얕은 곳에 계셨어요

 

힘들어하고 계셨잖아

 

- 발 디디면 됐는데
- 안 디디셨잖아

 

겁에 질려 있는 걸
자네가 구해냈고

 

그게 문제야, 윌리엄

 

4차원처럼
굴지만 않으면

 

여기에 딱인데!

 

이 직업엔
안 맞는 것 같군

 

이제 그만 놔줄게

 

차라리 잘됐지 뭐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고

 

누군가는 그저
평범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단 걸
아무도 모른다 - 카뭐 -

 

생존 가능성 #15
철로에서 잠든 사람/고속열차

 

나 너 안 좋아해

 

커피, 커피, 커피, 커피, 커피, 커피...

 

스토리가...
흥미를 못 끄는...

 

감사하지만...
돌려보냅니다

 

NRG 가스 및 전기업체입니다

 

연체로 인해 단절되셨다면
1번을 누르세요

 

네,
집을 오래 비웠었거든요

 

아뇨, 아예
안 오고 싶었는데

 

아뇨, 그런 건...

 

흡연은 사망의 지름길

 

레슬리 오닐
암살자

 

오닐 씨?

 

앵무새

 

오닐 씨?

 

11시랬는데
지금이...

 

7분 지났군

 

네, 죄송해요

 

옵션이 있다고...

 

11시에 만나기로 했지

 

매사에 그렇게 건성이니
지금 곤경에 처한 걸세

 

차?

 

죄송해요, 네, 감사해요
죄송해요

 

상상하곤 다르시네요

 

암살자 많이 만나봤나?

 

그냥... 목티 입으셨을 줄은
몰랐어요

 

목티가 어때서?
마누라가 사준 건데

 

- 뭘 입었을 거라 생각했나?
- 글쎄요

 

- 카디건?
- 무슨!

 

청부살인업자가
카디건은요

 

기대에 못 미쳐
상당히 유감이군

 

진짜 이 일 하시게요?

 

이것만 말해두지

 

난 자네 사우나 횟수보다
더 많은 살인을 했네

 

난 죽음의 천사이자

 

'아바돈', 즉, 파괴자지

 

1인 안락사 클리닉이랄까

 

나한테 맡기면

 

안락사 하러
스위스까지 갈 필요가 없어요

 

스위스에 가봤나?

 

아뇨

 

쭉 못 가보겠군
이게 진심이면

 

- 진심이에요
- 어느 정도나?

 

청부살인업자한테
전화할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진심인지 말뿐인지
어찌 알지?

 

다리에서 만났을 때가
처음은 아니었어요

 

- 계속하게
- 일곱 번째였죠

 

살려달라고 한 것까지
세면 열 번이네요

 

목 매달기

 

가스 흡입

 

약 먹고 술 들이붓기

 

감전사

 

- 참, 대로변에 뛰어들기도 있네요
- 어떻게 살아났지?

 

구급차에 치었어요

 

- 안심하셔도 됩니다
- 다행이네요

 

하느님 맙소사,
내가 진짜 필요하군

 

전 못 죽나
걱정되더라고요

 

내가 못 죽일 사람은 없네

 

사실 이걸로 책을 썼거든요

 

나의 많은 죽음들

 

출판은 안 됐지만

 

좋아, 그럼...
어떤 식이 좋겠나?

 

목 조르시진 않겠죠?

 

그건 영 안 내키는데

 

왜 그런 생각을?

 

목 조르실 거란
느낌이 강해요

 

목티 때문에?

 

딱히 그건 아닌데

 

목은 안 조르지
약속하네

 

그럼 옵션이 어떻게 되죠?

 

자, 보게

 

팸플릿이 있네

 

당신의 죽음
다음 중 선택하세요

 

그럼 그냥...

 

다리 돌아다니면서
호객행위 하세요?

 

다리, 절벽, 고층빌딩,
일상적인 곳도

 

자살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거든

 

누가 아니래요

 

요즘은 청부살인업자들도
먹고 살기 힘들어

 

동유럽 애들이
싹쓸이해가지

 

할당 채워야 할 때
자네가 나타난 걸세

 

이건 어떨까요?

 

아, 의인으로서의 죽음

 

이게...
완벽하잖아요

 

아이를 살리고 죽으면

 

미모의 간호사가
피투성이인 제 몸 보고 울고

 

삼삼오오 모여서
박수도 쳐주고?

 

- 미모의 간호사는 알고?
- 아뇨

 

접근할 아이는 있고?

 

아뇨

 

못 한다곤 않겠지만
행정절차가 복잡해서

 

싸진 않은데 예산은?

 

- 천 2장쯤이요
- 허, 2천?

 

그 돈으론 소형차
후진 사고도 못 내네

 

그럼 다른 옵션은요?

 

빠르고 고통 없게

 

- 아, 네
- 사전 고지하자면

 

2천이면 빨리는 돼도
고통은 있네

 

어떻게요?

 

멀리서 쏘는 거지

 

한 발,
쏘는 줄도 모를 거야

 

좋아요, 하죠

 

좋았어

 

시작하세

 

표준계약서야

 

- 이름?
- 윌리엄 모리슨

 

주소?

 

드레이크 가 27번지
아파트 3호

 

의뢰 사유는?

 

왜 죽고 싶나?
이를테면...

 

불치병?
금전 문제?

 

삶의 의미가
궁금한 적 있으세요?

 

자주 그래

 

제 삶의 의미는 뭐죠?

 

왜 여기 있죠?
뭐에 도움이 되고?

 

늘 그 생각을 해요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뇌를 멈춰버리고
싶을 정도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죠

 

뇌 속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아무것도
안 느끼고 싶어요

 

처음 털어놓는 거예요

 

우린 죽어가요
아주 천천히지만

 

- 삶은 오래 불치병...
- 그래, 됐고

 

기입란이 좁아서
그냥 암으로 하자고

 

그래요

 

됐다

 

여기 사인하고

 

그렇지

 

자, 축하하네

 

사형집행 영장에
사인한 걸세

 

언제 집행될까요?

 

우리 계좌로 입금되고
일주일 내로

 

전액 선불이에요?

 

뒀다 받을 순 없잖나

 

그게... 사기가 아닌 건
어떻게 알죠?

 

신원보증인 있어요?

 

무덤 목록 줄게
가보든가

 

영국 암살자 조합의
결제위탁계정으로 입금하면

 

자네 죽기 전엔
내게 이체 안 돼

 

일주일 내로 안 죽으면
전액 환불이고

 

암살 조합이요?
못 들어봤는데

 

광고 안 하니까

 

또, 입소문 날 일도 없고

 

회사 같은 건가요?

 

무슨 버스기사인가

 

엄격한 행동수칙으로 묶인
협동조합이지

 

총만 들었다고
다 암살자가 아닐세

 

우린 살인자가 아닌
전문가지

 

그럼 전 뭘 하죠?

 

평상시 하던 거 하게

 

벽장에 숨지만 말고

 

그렇대도 죽이겠지만
후회할 걸세

 

알았어요

 

좋아

 

괜찮은 청년 같군

 

죽이게 돼 기쁘군

 

죽게 돼 기쁘네요

 

- 누구세요?
- 레슬리입니다

 

- 어서오세요
- 안녕하세요

 

이 계약건 등록하려고요

 

이거 봐요!

 

잘하셨어요!

 

마감 딱 맞췄네

 

조력자살이란 거
참 기발해요

 

금방 결제할 거요
죽고 싶어 안달이라

 

우울한 인종이던가요?

 

또 작가랍디다
출판 못 한

 

그런 사람은 그게 문제야

 

생각이 너무 많은 거

 

사장님은 계신가?

 

다 컨퍼런스 가셨죠

 

- 회보 못 받으셨어요?
- 아뇨

 

오늘부터 내일까지요

 

어디 있는 호텔이더라...
에그햄!

 

여기 일정표요

 

음... 점심이 뷔페네

 

혹시 루거 정밀소총 있어요?

 

아뇨, 죄송한데
다 나갔네요

 

권총은 많은데

 

글록 17?

 

바로 갖다 드리죠

 

올해의 청부살인업자
이반

 

이반

 

탄약은 통에 들었고

 

- 목요일까지 반납 되죠?
- 네, 네

 

브라우닝 총
갖고 계시죠?

 

아니요
지난 주에 반납했는데

 

대여 중으로 나오는데

 

그럼 어디 뒀지?

 

레슬리?

 

우스터소스 사왔지?

 

아이고, 여보!

 

지금... 사올게

 

아냐
그럴 거까진 없어

 

진짜... 미안해

 

좀 밍밍할 텐데

 

그럼 갔다 올게

 

뭘 다시 나가
됐어

 

소고기 소스 넣지 뭐

 

안녕, 얘들아
어떻게 보냈니?

 

너 왜 그래?
괜찮아?

 

쟁반째 놓고 먹자

 

식물만 먹어서는
빨리 움직이기 힘들죠

 

이건
세발가락 나무늘보입니다

 

이들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식물들을 먹죠

 

밍밍해?

 

맛있어

 

남부지역 대회 출품일에
맞춰야 하는데

 

괜히 일을 벌려선...

 

잘 해낼 거야

 

나무늘보들은
식탐이 없습니다

 

하지만 식사시간은
일과 중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이는 계속 반복됩니다

 

맞네, 밍밍해

 

이체
2천 파운드

 

"나의... 인생은...
충분히... 길었고"

 

"또한... 고통으로...
가득했다."

 

"반면...
나의... 죽음은..."

 

"빠르고... 또한...
고통도... 없었다."

 

내가 죽으면 뜯어볼 것

 

세계 항해

 

여긴 안 가는 데가 없네

 

120박이래
상상해봐

 

너무 근사하지 않아?

 

듣도 보도 못한 데도 많아

 

누-쿠-알-로파...

 

누쿠알로파

 

통가에 있대

 

빨리 예약하면
할인도 해주고

 

저기, 그거 말인데...

 

오, 여보
올해라고 했잖아

 

올해 은퇴하고
세계 일주하자며

 

아니, 생각해본다고 했지

 

생각해보니 아직은
시기상조 같아

 

뭔 걱정이야
세계는 내년에도 건재한데

 

우리도 건재할까?

 

인생을 즐겨야지
일만 하다 일찍 가지 말고

 

난 내 일이 좋아

 

그럼 사장은?

 

젊은 후배만
일 더 준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 할당 채웠는걸

 

- 그래?
- 응

 

이제 이체만 되면 돼

 

그냥 응원 좀 해주셔

 

레슬리 오닐입니다

 

- 오닐 씨?
- 네

 

윌리엄입니다
모리슨이요

 

돈 이체했어요

 

근데,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대강 언제쯤 하실지
알려주실 수 있나 해서요

 

윌리엄,
전화 받기 좀 그렇네

 

일하는 중이라

 

네?
지금이요?

 

지금 누구 죽일 거예요?

 

가만, 전 아니죠?

 

자넨 아닐세

 

- 아...
- 끊겠네

 

"책 아이디어"

 

"이 암살자는"

 

"죽고 싶은 사람들만 죽인다."

 

선생님이었으면
했는데

 

편히 가십시오

 

"죽음을 거머쥔 채"

 

"외과의 같은 정확성으로
목표물을 제거한다."

 

저 덜 죽었어요

 

오, 맙소사!
정말 죄송합니다

 

한 발 더 쏘죠

 

"자애롭게도, 보잘것없는
존재의 생을 끝내준다."

 

오, 솜씨가 참 좋으세요

 

감사해요, 클라이브

 

제대로 하면
봐줄 만하겠죠

 

"주당파 미스터리 맨"

 

"싱글몰트 위스키가
유일한 동지"

 

"액션 장인이자
독특한 기술의 소유자"

 

오, 여보
빈속에 술만 마셔?

 

"숨어서 기다리다
이때다 하는 순간"

 

"먹이를 무자비하게
덮쳐버린다."

 

"은폐의 대가"

 

가질래?

 

저 주시게요?

 

"잠복의 권위자"

 

"남몰래 움직이며 지켜보지만
결코 들키진 않는다."

 

"죽음의 사신
아바돈, 즉, 파괴자"

 

"그를 보는 건
죽음의 얼굴을 보는 것"

 

불법주차경고장
"과묵하고 외로운 늑대"

 

뭐 하는 겁니까?
딱 5분 다녀왔는데

 

아뇨, 죄송한데
이미 처리됐습니다

 

너무하시네!

 

같잖은 모자 쓰고
같잖은 스쿠터 몰면서!

 

"미지의 존재"

 

"그가 이 길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이 길이 그를 선택했을 뿐."

 

여보세요?

 

오...
윌리엄 모리슨 씨인가요?

 

 

아, 다행히 안 죽었네요

 

버킷 리스트
1. 내 물건 나눔하기

애쓰곤 있어요

 

잘됐네요
늦은 줄 알았거든요

 

2. 이태리어 배우기
죄송한데... 누구시죠?

 

전 엘리 아담스라고
'스티든&선스'에서 일해요

 

출판사요?

 

네, 그쪽 책 얘기 좀
하려고요

 

무슨 얘기요?

 

읽어봤어요

 

- 정말요?
- 네

 

- 전체 다요?
- 네

 

또라이 기질이
다분하던데요

 

- 나쁜 뜻 아니고
- 알아요

 

3. 콧수염 기르기?
- 나쁜 뜻 아니고
- 알아요

 

3. 콧수염 기르기?
편집장님하고 미팅 잡고 싶은데
다음 주 어때요?

 

편집장님하고 미팅 잡고 싶은데
다음 주 어때요?

 

일주일 내 미사망 시,
전액 환불 보장

아뇨! 아뇨, 전...

 

빨리 안 될까요?

 

좋아요

 

내일 점심 약속이
취소됐는데 어때요?

 


당연히 가능해야죠

 

좋아요
'판타치' 아세요?

 

- 네
- 1시?

 

- 그래요
- 좋아요

 

그 동안엔
자살하지 마세요

 

하게 되면 말해주고요
예약 취소하게

 

고마워요!

 

안녕하세요

 

미안한데...
샌드위치 먹느라

 

부탁 좀 드리려고요

 

마음 바뀐 건 아니겠지?

 

아뇨, 그건 아니고

 

혹시 좀...
미룰 수 있나 해서요

 

- 미뤄?
- 네

 

출판사에서 전화로
제 책에 관심이 있다며

 

다음 주에 보자길래
절대 안 된 댔더니

 

내일 점심 먹기로
했거든요

 

'판타치' 에서요
아세요?

 

아직도...
죽고 싶긴 한 거고?

 

네, 당연하죠

 

계약을 했으니

 

아쉬운 소리야 해도 되지만
환불은 안 되네

 

세부 항목 읽어봤겠지?

 

자네가 살아있는 건
아직 내가 안 죽여서네

 

잠시만 중단하잔 거예요

 

저한텐 중요한 일이라

 

좋아, 그러지

 

고마워요
정말 감사 드려요

 

 

판타치 오후 1시

 

멍청이

 

판타치

 

안녕하세요
예약하셨나요?

 

엘리 아담스 씨를
만나기로 했는데요

 

엘리?

 

자살 안 했군요

 

겨우 참았어요

 

편집장님은 오고 계세요

 

있잖아요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죠?

 

남들보단요

 

상어한테 먹힐래요
곰한테 당할래요?

 

어...

 

상어가 낫겠네요

 

한방에 갈 것 같고

 

사자는 비추예요

 

동물원 사자 우리에
뛰어들어봤는데

 

다들 잠만 자더라고요

 

10분 뒤에 기어 나왔죠

 

재밌네요

 

하마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은 거 아세요?

 

사자, 상어, 곰
다 합친 거 보다

 

쪽팔린 죽음 아닐까요?

 

하마 때문에 죽다니

 

부모님이 하마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오... 죄송해요

 

농담이에요
그런 일이 어디 흔한가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죠

 

책을 보니까
그쪽 참... 흥미롭던데

 

좋은 쪽으로요?

 

아, 편집장님 오시네요

 

나하곤 달리 바보라니까

 

한술 더 떠 멍청이야
똥멍청이!

 

멍청이가 바보보다
심한 거지

 

사전적으로
멍청이가 더 최악이야

 

의학용어라고

 

극심한 지적 장애라니까

 

멍청이 > 천치 > 바보 순이라고

 

바보 다음엔 뭐게?

 

백치?
아니, 백치는 달라

 

그건 신체적인 쪽이지

 

입 다물고 시킨 거나 해
둘 다 잘리기 전에!

 

모친이 지적 장애는 아니죠?

 

돌아가셨어요

 

다행이네!
뻘쭘할 뻔했는데

 

브라이언 벤틀리,
편집장님이세요

 

책 마음에 들어요

 

엄청 음울한 게!

 

근데 '맹추' 예요

 

자기 비하는!

 

솔직히 난 안 봤고
엘리가 대박 날 거라던데

 

트위터 해요?

 

바보 다음 순서 말한 건데요

 

아, 저능아 시리즈!

 

맞네, '맹추' !

 

사실 맹한 여친
사귄 적 있는데...

 

- 책 얘기 중이셨죠?
- 아, 그렇지

 

멍청이의 자살 가이드로
만들까 하는데 어때요?

 

의학적인 멍청이들 말고
걔들은 못 읽을 테니

 

별론데요

 

그게 아니라...
아뇨, 아뇨

 

편집장님 말씀은
그쪽 책의 핵심을

 

자살의 개인적 통찰로
두자는 거죠

 

진짜 자살시도를
일곱 번이나 했어요?

 

살려달라고 한 것까진
열 번요

 

맙소사!
그렇게 심란해 보이진 않는데

 

엘리 얘기 듣곤
칼로 손목 정도 그어봤나 했더니

 

과감하게 인정하니
좋던데요

 

'평범에 집착하는 추세는'

 

'우리 존재가 무의미하단
공포에서 비롯됐다.'

 

현대인들은 불만과
고독 속에 살고 있으니

 

그쪽 책이
제대로 먹힐 것 같아요

 

또 우울한 얘길 좋아하지

 

찌질한 지들 삶이
좀 나아 보이니까

 

저기,
자살할 거 같은가요?

 

- 아마도요
- 좋았어

 

문고판 출간하고
바로 죽는 걸로 갈까?

 

어차피 하신다잖아

 

사후 출간을
부탁드리려 했거든요?

 

제 책을 내신다면

 

꼭 같이 일하고 싶어요

 

제 책 좋아해주시는 건
기쁜데

 

'가이드' 로 가는 건
손이 많이 갈 텐데

 

전 시간이 얼마 없어요

 

자살하느라 바쁜가?

 

직접 다 안 해도 돼요

 

- 편집자가 있는데 걱정은
- 괜찮으시다면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인데

 

얄궂게도 평생에 한 번이
지금 왔네

 

본인의 메시지를
전할 기회예요

 

그거지!

 

정확히 그게 뭐죠?

 

'죽음은 두려울 게 없다.'

 

다들 겪는 거니까

 

안심 되는 부분도 있죠

 

그런 기분도 줄고...
표류됐다는

 

오글거려 죽겠네!

 

댁 위로 차원에서
출판하잔 거 아닙니다

 

팔리고 봐야지!

 

요즘은 그게 문제야

 

기구한 삶에 대해
시시콜콜 투정만 하지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나는 트윗한다.
고로 존재한다."

 

누가 관심이나 있냐고!

 

머리에 총 맞는 게 낫지
그런 얘길...

 

미치겠다!

 

윌리엄, 숙여요!

 

편히 가시게나

 

뭐 하고 있어요?

 

염병!

 

끝났나 봐요

 

고맙다고 안 해요?

 

뭘요?

 

목숨 구해줬잖아요

 

복잡한 심정이 드네요

 

불쌍한 편집장님

 

죽었을까요?

 

얼굴 반이
날아갔거든요

 

출간은 물 건너갔네

 

담배 피워요?

 

요즘 담배 피우는
사람도 있네

 

이 레스토랑
금연이거든요

 

이 판국에 그거 따질까?

 

당신이야?

 

다녀왔어

 

왜 그래?

 

아, 별거 아냐

 

결혼 36년차거든
딱 보니 별거 맞는데

 

그게 내가...

 

업무상 끔찍한
실수를 했어

 

오, 여보...
걱정 마

 

실수는 다들 하는걸

 

난 아냐
이렇겐 아냐

 

사장이 죽이려 들겠군

 

이해해주실 거야

 

막말로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찻물 올려놓을게

 

수전증 게임

 

또 누가 남부지역 대회에
쿠션 출품하게?

 

누군데?

 

그 유명한 모라그 블리스데일

 

- 모라그가 누군데?
- 모라그가 누구냐니?

 

런던 인근 최고의 수예장인!

 

상이란 상은 다 쓸어가서
난 못 따라가

 

이길 거야

 

쿠션 말고 다른 거 할걸

 

사서 생고생이야

 

사서 생고생이면
다시 팔아

 

지금 장난 아니거든

 

모라그 블리스데일이라고!

 

게다가 수 시몬스에
클라이브도!

 

클라이브 기억해

 

작년 두 번씩
나 이긴 게

 

동네 대회인데
이건 남부 총괄이야

 

말했듯
우승이 다가 아냐

 

말했듯이
우승이면 장땡이야

 

30시간씩 쿠션 십자수 놓고
탈락하면 안 되지!

 

당신이 모라그보다 나아

 

수 시몬스,
또 클라이브보다도

 

다들 진짜 잘해

 

당신은 더 잘하고

 

고마워

 

뭐 하는 거야?

 

뭐 좀 확인하려고

 

자, 무슨 일인지 말해봐
그래야 돕지

 

괜찮아, 여보

 

내가 해결할게

 

"한 번 실수는
운이 없었던 거지만"

 

"두 번은 용납 못 한다."

 

"계약서에
사인한 후로"

 

"문제들이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딱 하나 빼고"

 

"그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저 사는 덴
어떻게 알고?

 

원고에 써있잖아요

 

편집 작업 시작해야죠

 

- 그건...
- 달리 할 게 없어서요

 

특별휴가 중이라

 

알잖아요
그 트라우마 때문에

 

피워도 돼요?

 

그런 상태예요?

 

뭐가요?

 

트라우마요

 

오, 네

 

완전히요, 그게...

 

코앞에서 사람이
총에 맞았으니

 

그야...
당연히 뭐...

 

아마 승진도
할 거 같은데...

 

왕재수이긴 했죠

 

경찰한테 말했듯

 

죽었으면 한 사람이
한 트럭은 돼요

 

새 원고예요?

 

아뇨!
그냥...

 

친구가 '신작의 밤' 행사 하는데
오세요

 

음악에 맥주에...

 

루저들도 많이 올 테니까

 

어떤 식으로 할까요?

 

생각해둔 골격이 있으니
이틀에 한 번 만나서...

 

좋긴 한데 말했듯이
못 해요

 

할 수 있어요

 

아뇨, 미안해요

 

평생 골방에 갇혀 살래요?

 

좀 봐요
이러니 죽고 싶지

 

- 뭘 안다 그래요
- 제가 아는 건...

 

전 그쪽 원고에 공감했고
다른 독자들도 그럴 거예요

 

원하던 바 아닌가?

 

그런 기분 덜 들게...

 

뭐랬죠?
'표류됐다' 는?

 

- 근데 난...
- 뭐요?

 

말해줄 게 있어요

 

편집장님 쏜 사람
제가 고용했어요

 

왜 편집장님을
죽이게 시켰죠?

 

아뇨...
날 죽이랬는데

 

실수로 편집장님을
죽인 거죠

 

뭐요?

 

혼자선 운이 안 따라서
업체에 맡겼죠

 

업체?

 

업체에 맡기는 건
시장조사나 웹디자인이지

 

누가 자살을 맡겨요?

 

제가요

 

근데 왜 편집장님이 죽고
댁은 안 죽었죠?

 

저야 모르죠

 

계약은 일주일인데

 

잘됐네!
그럼 우리 책은요?

 

저기요
일단 연기해요

 

연기... 네?

 

취소하든가
연락처 알죠?

 

전화해서 거래 취소해요

 

그게...
환불 불가 그런 거예요

 

계약서에 사인해서

 

환불 불가요?

 

청부살인업자 고용은
법적 구속력 없을걸요

 

전화해요

 

젠장!

 

이 망할 놈의...

 

음... 안녕하세요?

 

안녕?

 

잘 지내세요?

 

그럼, 난... 잘 지내네
자넨?

 

저도요
감사해요

 

실은 생각해봤는데
없던 일로 할게요

 

뭐?

 

죄송하게 됐어요

 

계약서에 사인 했잖나!

 

네, 아는데...
상황이 변해서...

 

세부 항목 안 읽어봤나?

 

합의했잖나!
계약했다고!

 

- 법적 구속력은 없죠
- 팔짝 뛰겠네!

 

책임감 좀 갖게
난 최선을 다했고

 

한 명 더 죽이면 되는데
취소하겠다니

 

에라이! 이거나 먹어!

 

안 돼!

 

나와요!

 

네?

 

- 이거예요!
- 뭐가요?

 

아니, 지금...?

 

죄송한데 이미 처리됐습니다

 

잠깐!

 

가요, 어서!

 

- 어디로요?
- 알려줄게요!

 

미치고 팔짝 뛰겠다!

 

와인 갖고 올게
불 지펴요

 

자네 왔나?

 

사장님

 

- 똥물 제대로 뒤집어썼어
- 그게...

 

자네가 똥물 주원료에
똥 공장 차릴 만큼 양도 많더만

 

- 수.. 수습 중인데
- 어떤 식으로?

 

- 주차단속원 쏘는 거?
- 그건 사고...

 

사고 빵빵 터지는 게
우범지역 저리 가라야

 

문제는 우리 일이란 게
생사가 달려서

 

사고 용납 못 한단 건 알지?

 

우린 프로일세
실수란 없지

 

손 떠는 암살자 들어봤나?

 

마이클 J 폭스가
총격신 하는 거 못 봤지?

 

왜일까?

 

총엔 젬병이라?
아니!

 

마이클 J 폭스는
'은퇴' 하고

 

파킨슨병 자선기금
모금하느라 바빠서야

 

나 마이클 J 폭스
왕팬이거든

 

< 백 투 더 퓨처 >
< 나의 성공의 비밀 >

 

< 스튜어트 리틀 > ?

 

그 얘긴 왜 해?
왜 꺼내지?

 

- 출연해서요
- 더빙밖에 더 했냐고

 

< 할리우드 의사 > 말곤
뭘 꼽겠나?

 

- [ 틴 울프 ] ?
- [ 틴 울프 ] , 그거지

 

헌데 영화는 더 안해

 

역부족인 걸 아니까
무슨 말이지 감이 와?

 

모르겠는데요

 

설명해주지

 

자넨 끝났어

 

- 무슨 뜻이죠?
- 좋아

 

아니, 더 확실한 말이
어디 있나

 

자넨 끝났다고

 

- 해고할 순 없죠
- 할당도 못 채웠잖나

 

한 명 모자란 건데요

 

잘 듣게, 수전증 양반
두 번이나 실수했어

 

쭉 잘해왔지만 이젠...

 

선물도 준비했네

 

보게

 

엄청 예쁘지

 

뭐...
주차단속원 쏴서 이래요?

 

주차단속원이야 쏘든 말든

 

레스토랑에서
얼뜨기 쐈잖나!

 

암살자 조합이 설립된 원칙을

 

자네가 통째로
뒤흔들고 있어!

 

규칙, 규정, 계약

 

이 세 원칙이 없으면
총 든 허깨비지

 

쐈을 때 타겟이 피해서 그래요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녀석도
계약상 타겟이야

 

별일 다 있네

 

우주의 섭리를
우리 인간은 이해 못 해

 

브라이언 벤틀리

 

자, 쭉 훑어보게

 

그럼 계약 완수한 거니...

 

낯짝도 두껍군!
담당자가 길길이 날뛰어!

 

이거 믿고
새 차 뽑았다고

 

그럼...
전 어떻게 돼요?

 

지팡이 짚고
은퇴의 길이나 떠나

 

골프는 하지 말고,
비호감이나 하는 거야

 

그 계약 건 완수하면
할당 채워요

 

딴 사람 배정됐네

 

- 누구요?
- 이반

 

저기 봐

 

탈모증 걸린 곰 같지

 

러시아 애들이 대세야

 

이 바닥도 변한 마당에
박수칠 때 떠나라고

 

- 이게 제 일인데
- 이젠 아냐

 

이 일은 제 전부예요

 

사람 죽이는 게
제가 사는 이유죠

 

- 세월이 웬수지
- 제발, 사장님

 

간청할게요, 아깝잖아요
이렇겐 못 나가요

 

애먼 사람들 쏴대려고?

 

우린 그렇게 일 안 해

 

이게 뭔 꼴인가
곧 죽을 양반아?

 

최고였건만 지금은 봐봐

 

절벽 돌면서
명함이나 돌리고

 

너무... 한심하잖나!

 

창피할 건 없지
세월에 장사 있나

 

이제 시계나 갖고 가

 

시계 안 가져갑니다

 

망할 시계 갖고 가

 

안 그럼 최악으로 치달아

 

싫습니다

 

똥고집 부릴 걸 부려야지

 

누가 머리라도 쏴버려

 

자요

 

여러 번 했어요?

 

지난 일이에요

 

수도 없이 실패하니까
난 못 죽는 팔잔가 싶어요

 

장담컨대 댁 죽어요

 

노하우가 없어서 그렇지

 

누구 집이에요?

 

음... 몰라요

 

- 네?
- 오늘 안 오길 바래야죠

 

네?
남의 집에 들어오다뇨!

 

죽여달라 사람 써서
이 사단 만들다뇨

 

미안하게 됐어요

 

해결책이라 여겼는데
실수였죠

 

걱정 마요
내 집이니까

 

여기서 자랐어요

 

부모님 집이었는데
이젠... 내 거죠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말했잖아요
교통사고라고

 

이런...

 

나도 죽었었어요

 

한 10초 정도?

 

정말?
어떻던가요?

 

겨우 10초인걸요

 

네, 그래도...
느낌이 어땠어요?

 

아무 느낌 안 들어요
진짜 아무 느낌도

 

완전 텅 빈 것처럼

 

아...

 

우리 부모님도
돌아가셨어요

 

어쩜 좋아!
상처받은 고아 둘이네

 

짜부라지셨죠

 

짜부라져요?

 

아이스크림 사먹다가

 

부모님은 팔짱 낀 채

 

아이스크림을 나눠 드셨어요

 

웃으면서

 

서로 정말 사랑하셨는데...

 

피아노가 떨어지는 걸
못 보셨어요

 

엄마는 사방으로 튀었어요

 

아빤 살아계셨고

 

아빠! 아빠!

 

무척이나...

 

놀라시더라고요

 

죽지 마, 아빠!

 

이리 와, 아들...

 

생각했죠

 

세상에... 이거구나

 

그 순간,
삶의 끄트머리에서

 

위대한 비밀을
말해주시려는 찰나...

 

그냥... 돌아가셨죠

 

- 그거...
- 인생의 얄미운 장난이죠

 

영원할 것 같고
난 특별한 것처럼 믿게 만들곤

 

그게 아닌 걸 깨달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거

 

해보죠, 뭐

 

뭘요?

 

자살이요

 

- 지금?
- 네

 

안 될 거 없죠

 

왜 계속 전전긍긍해요?
뭐 하자고?

 

당장에 죽어버리고
홀가분해지자고요

 

일어나요, 어서!

 

다만 하나...

 

자살로 살아갈 이유를
찾을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딱 봐도 아니잖아요

 

살면서 깨달을 확률이 높죠

 

최대한 살아보고
최대한 경험해보면서

 

물론 피아노에
얻어맞기 전까지지만

 

근데 그쪽이 맞겠죠

 

나보다 많이 고민했을 테니

 

셋 셀게요?

 

하나...

 

둘...

 

셋...!

 

발이 완전 얼음장이네!

 

그건 왜 꺼냈어?

 

크루즈 예약할래

 

그 얘긴 별로인데

 

언짢은 거 알지만
너무 신나

 

- 우리 여생의 새 출발
- 우리 종말의 출발이지

 

- 제발 좀...
- 그 얘긴 하기 싫어

 

은퇴가 뭐 어때서?

 

내가 쓸모 없단 거지

 

새로운 경험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골프도 배우고
- 오, 골프는...

 

이거 좀 봐봐!
기억나?

 

레슬리 최고의 명중들
당신이 줬잖아
1997년 크리스마스 날

 

나 이 바닥 정점 찍었어

 

죽음 자체를 지배했지

 

헌데 지금은?
죽을 날만 기다려

 

암살자가 아닌 난 누구지?
난 뭐냐고?

 

문득문득 날 보며
생각하겠지

 

"내가 결혼한 남자 어디 갔어?"

 

맞아

 

내가 결혼한 남자 아냐

 

내가 결혼한 남잔
자기연민에 허우적대지 않아

 

자기 소신껏 행동하지

 

아직은 은퇴하기 싫어
준비가 안 됐다고

 

넌더리 나
그럼 하지 마!

 

- 당신은 했으면 하잖아
- 말이라고!

 

비참해지면서는 아냐
당신이 원해야지

 

- 그게 안 되는 게 사장이...
- 그럼 보여줘야지

 

계약 완수하고 할당 채워

 

킬러 본능
건재하단 걸 보여줘

 

끝!

 

흡연은 사망의 지름길

 

어떻게 죽고 싶나
정할 수 있었어?

 

- 레슬리한테?
- 응

 

응, 옵션이 많더라
팸플릿도 있고

 

- 팸플릿?
- 응

 

뭘 골랐는데?

 

빠르고 고통 없는 것

 

내키진 않지만
비용 감안해서

 

내킨 건 뭔데?

 

한 아이를 구하고
대신 트럭에 치이는 거

 

그게 어때서?

 

오버스러운데?

 

영웅 같잖아
의미도 있고

 

- 현실적이진 않잖아
- 뭐...

 

타이밍이 어긋나면?

 

무슨 소리야?

 

타이밍이 어긋나서
트럭 속도 못 맞추면

 

너 멋지게 죽자고
아이가 위험해지잖아

 

뭐... 애가 진짜로
위험하지 않으면 되지

 

트럭에 치일 뻔하는데
어떻게 진짜로 안 위험해?

 

세세한 건 모르지

 

트럭이 아주 천천히 오든가

 

천천히 오는 트럭으로부터
진짜론 안 위험한 애를 구한다

 

그걸 영웅이라 칭할지
의구심이 드네

 

모르겠어

 

다른 옵션은?

 

오, 뻔하지 뭐

 

머리에 총 맞기,
목 졸리기, 독살

 

더 재미있는 건 없나?

 

전갈에 쏘이기?
산성액으로 녹이기?

 

익사도 있네...
뻘에서?

 

자기 같은 사람 처음 봐

 

빅 재미를 놓칠 뻔했지?

 

앞으론 더 좋은 일들이
많을 거야

 

약 먹었어?

 

의사 말 들어
또 사람 놀라게 하지 말고

 

그래, 걱정 마
클라이브 씨는 언제 온대?

 

올 때 됐는데
10시까진 제출해야 돼

 

남부지역 대회
수준에 맞을까?

 

창피만 당하는 거 아닐까?

 

당연하지

 

전국 수준에도 맞을걸

 

같이 가면 좋을걸

 

샌드위치 싸놨어
차도 끓여놨고

 

혹시나 이게...

 

요긴할까 싶어서

 

페니 오닐

 

내가 이보다 더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 내일 온댔지?
- 응

 

- 저녁에 양고기 할게
- 아, 내가 좋아하는 거!

 

어디로 가?

 

클라이브다

 

- 응원해줘
- 잘하고 와

 

펀브리지 오두막

 

내일 보자, 얘들아

 

세계 최강의
투포환 선수이자

 

앵무새 애호가인
제프 케이프스 씨를 모시고...

 

이 3번 출품작은
무늬가 현란하고...

 

안녕하세요
마이크 켰나요?

 

안녕... 훨씬 낫네요

 

그리고 3위는...

 

14번, 수 시몬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2위는...

 

우승 싹쓸이라는
평소 수준엔 못 미쳤네요

 

모라그 블리스데일!

 

참 아쉽네요

 

축하해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아시다시피
참가에 의의가 있기보단

 

우승하고 볼 일이죠

 

올해 남부지역 수예 자수 대회
쿠션 본문 우승은 바로...

 

드럼 부탁해요

 

안녕, 윌리엄

 

어떻게 여길...

 

내가 못 죽이는 사람은 없댔잖나

 

생각이 바뀌었다니까요
죽고 싶지 않아요

 

그런 아이러니는
내게 안 먹혀

 

누구랑 얘기... 오!

 

하여간에!
둘이나 죽이게 생겼네

 

안 돼요, 제발...
말 안 할 거예요

 

- 그런가?
- 안 해요

 

- 할 거 같은데
- 아니!

 

하지 마

 

좋아, 그럼...

 

자네 죽는 건 확실하니
그거부터 처리하고

 

자네 얘긴 차차 하지

 

그러면...

 

편히 가시게나

 

오...!
미안

 

미쳐, 좀 끄시죠

 

이건 받아야겠네

 

그럼요, 받으세요

 

내 목숨이 뭐라고
중요한 전화를 놓쳐요

 

그래, 여보

 

- 응, 뭐 좀 하는 중인데
- 여보...

 

끔찍한 일이 생겼어

 

뭐?
남부지역 대회?

 

누가 집에 침입했어

 

종이가 사방에 널렸고

 

여보...

 

앵무새들을 죽였어

 

뭐?

 

심각한 일이에요?

 

애들을 '짜부라뜨렸어'

 

아... 알았어
일단 끊자

 

여보, 누가 그랬을까?

 

내가 해결할게...
일단 끊어

 

누가 우리 앵무새를 죽였다네

 

앵무새요?

 

 

안됐네요

 

어디까지 했지?
아, 그래!

 

대체 누구세요?

 

고마워요

 

저 사람이 우리 죽이려 했는데

 

아...!

 

어쩌라고?

 

이제... 네가 너 쏴라

 

네?
왜 그래야 하죠?

 

- 아님 쟤 쏜다
- 저 끼워 넣지 말아요

 

아... 알았으니까
얘는...

 

잠깐, 왜 제가 쏴야 하죠?
댁이 안 하고?

 

자살처럼 위장하는 암살법

 

자살처럼 보이게

 

네가 저놈 쏘고
자살한 거야

 

난 여기 온 적 없는 거고

 

그럼 말 되네요

 

얜 보내주는 거죠?

 

어차피 얘 죽일 거면
내가 왜 당신 말대로...

 

알았어요, 알았어

 

잠깐만요

 

그 총으로 저분 쐈으니
이 총으로 자살하면 안 되죠

 

네, 정곡을 찔렀네요

 

못 알아먹겠는데

 

이 총 가지시고
저 주면 돼요

 

좋아
이제 쏴

 

알았어요, 거 참...
한숨 돌리고...

 

난 몰라...

 

뭐 하는 거야?

 

5...

 

이건 알아줘

 

4...

 

널 만난 후론
한 번도 자살 생각 안 했어

 

3...

 

고마워

 

2...

 

1!

 

우리!

 

귀염둥이!

 

앵무새들을!

 

죽이다니!

 

죽은 거 같아요

 

그래

 

괜찮으세요?

 

그냥 좀...
살만 스친 거야

 

그럼...
하던 거 마저 해야지

 

- 뭐야!
- 이게 뭔! 지금 막 살려주시곤!

 

그래야 계약대로
내가 죽이지!

 

법적 구속력 없어요!

 

어허, 자넨 나 못 쏴
본인도 못 쏘면서

 

그거 이리 내

 

코미디가 따로 없네

 

총 내려놔요

 

자넨 그 총 못 쏘네

 

어이! 조심해!

 

총 내려놓으세요

 

자네나 내려놓게

 

안 내려놔요
왜 내려놔요?

 

안 내려놓으면
나도 절대 안 내려놔

 

그럼 주구장창 서있다
과다출혈로 죽으시죠

 

레슬리, 노력해주신 건
감사한데

 

취소하면 안 돼요?

 

- 돈 때문이면...
- 돈 때문 아닐세

 

그럼 뭐예요?

 

원칙 있단 건 알아요

 

다음 주까지
이 계약 마무리 못 하면

 

할당을 못 채워

 

그럼 은퇴해야 돼

 

그러니까...

 

그걸 피하려면

 

둘 다 죽이고
쟨 못 본 걸로 해야 해

 

그럼 계속 일할 수 있겠지

 

얘가...

 

총 내려놓으면

 

그냥 보내주실래요?

 

내 타겟은 자네니까

 

살 이유가 없어서
죽고 싶었어요

 

그걸 찾으려고 애썼는데

 

이제야 찾았네요

 

그 이유를 위해선 죽어도 좋아요

 

자넨 생각이 너무 많아

 

진심으로 감사해요

 

누군가 간절할 때
옆에 계셔주셨잖아요

 

그때도 죽이려고
애쓰긴 하셨지만

 

뭐... 고맙긴

 

그래도 난...
자넬 죽여야 해

 

그러세요

 

잠깐!

 

거참 말 많네!
또 뭐?

 

- 청부살인 계약을 하면 되죠
- 뭐?

 

대상을?

 

- "대상은" 이겠죠
- 그래, "대상은"

 

선살인 후계약?

 

그렇죠

 

이런 건...
흔치는 않은데

 

알 게 뭐예요?

 

계약 이행하고
할당 채우면 되지

 

그럼... 돈은 어쩌고?

 

결제위탁계정에
2천 파운드 넣었어요

 

종이 같은 거 있나?

 

네!
네, 있어요, 여기...

 

이젠 필요 없어요

 

내가 죽으면 뜯어볼 것

 

귀 좀 봐야겠네요

 

어디 소독약이 있을 거예요

 

잠깐,
한 가지 궁금한 게...

 

내 소유의 집을
어떻게 아셨죠?

 

신원 조사한 게 있었거든

 

저를...?
전 별로...

 

아니, 아니, 자네 말고
자네 편집장 때문에

 

그 양반 인기가
너무 없더군

 

저 때문에 죽은 거
아니에요?

 

자네 때문이지만
조만간 죽을 팔자였네

 

이제 뭘 할 텐가?

 

새 원고 구상하려고요

 

주인공은 이미 정해졌네요

 

자넨 좋은 사람일세

 

죽이지 않아서 기쁘군

 

감사해요
죽지 않아 기뻐요

 

이건 또 뭐래?

 

걱정했잖아

 

어쩌다 이랬어?

 

상대 놈은 말도 못 해

 

- 그래서?
- 그래서라니?

 

남부지역 대회!

 

아, 1위네!

 

- 1등 먹은 거야?
- 응

 

그럼
모라그 블리스데일은?

 

2등

 

끝내주네!

 

겨우...
남부지역 대회인걸 뭐

 

이젠
"겨우 남부지역" 이라네

 

오, 기특해 죽겠네, 그냥!

 

페니, 잘 지냈어요?
레슬리 있습니까?

 

여보, 사장님하고
얘기 좀 할게

 

- 그럴래?
- 응

 

[ 미드소머 머더스 ]
할 시간이네요

 

근데 어쩐 일이시죠?

 

알잖나

 

모르는데요

 

알잖나
시치미 떼기는

 

모릅니다

 

모리슨 씨가
아직 살아있네

 

그래요?

 

우리 다크호스 이반은
행방불명이고

 

거 봐요, 외국인 노동자들
믿을 게 못 되지

 

저한테 맡기셨으면
좋았을걸

 

날 뭐로 보나?

 

내가 댁 또래의
알츠하이머 환자로 보여?

 

사실 좀 놀라긴 했네

 

해낼 줄은 몰랐거든

 

한댔잖아요

 

그래, 그랬지

 

난 망할 시계 갖고 가랬고

 

이러시면 곤란한데

 

목에 힘 좀 들어갔다 이거지?

 

아뇨, 제 말은...

 

이거요

 

뭔데?

 

- 계약서요
- 뭐?

 

- 이반 암살 의뢰 건이요
- 농담도 참...

 

좋아
돈은 어디 있고?

 

모리슨 씨 돈 2천은
결제위탁계정에 있어요

 

그 돈은...

 

살아있으니
어차피 환불했어야 할 돈이죠

 

어쨌든 새 계약은 안 돼
은퇴한걸

 

부족했던 할당 채웠잖아요

 

놀리는 것도 아니고

 

왜 남들처럼 그냥
은퇴하질 못하나?

 

전 암살자입니다

 

그게 제 일이고
그게 저예요

 

목숨 내놨나 보군

 

아, 그러시겠다?

 

테이블 밑으로?

 

이 시점에?

 

이 시점에
테이블 밑으로?

 

보세요

 

망할!

 

자, 잠깐만 있어보게

 

제발, 여보
드라마 시작 안 했어?

 

좀 잔인해서요

 

사장님한테 제 쿠션
자랑하고 싶어서요

 

저 1등 먹었어요

 

남부지역
수예 자수 대회에서요

 

- 쿠션 부문
- 아, 네

 

그건 또 뭐죠?

 

- 멧비둘기요
- 아!

 

암수 한 쌍이죠

 

신기한 게 멧비둘기는
평생 해로한대요

 

함께 지내면서
함께 늙어가고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도 곧 따라 죽는대요

 

서로 없으면 못 사는 거죠

 

낭만적이죠

 

그이 선물이에요?

 

이거 좀 봐!

 

너무 근사하다!

 

여보?
너무 근사하지?

 

은퇴하기 겁내길래
제가 그랬죠

 

신날 거라고

 

이젠 즐길 때라고
내가 그랬지?

 

여생의 새 출발이라고
내 말 맞지, 여보?

 

그게 맞지 않나?

 

들으셨어요?

 

저희 크루즈 떠나요

 

세계 일주요

 

케이프타운, 시드니

 

- 누쿠알로파
- 음?

 

- 통가에 있어요
- 아!

 

'인생 여행' 이
될 거라네요

 

오... 정말 감사해요

 

벽난로 위에 딱 이겠네

 

너무 자상하시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럼 전...

 

가봐야겠군요
오붓한 저녁 보내세요

 

차 드시러 오신 거 아니에요?

 

- 허브차 있는데
-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은퇴생활 잘 즐기게

 

패배는 좀 인정하고

 

사모님께 안부 전해주세요

 

 

나 잘못한 거 없어

 

일 좋아하는 건 알지만

 

그게 다는 아니니까

 

일 안 해도 내겐 멋져

 

당신 없었으면 어떻게 살까?

 

저 놈 안 찔러서 기쁜데

 

그래서, 좋아들 해?

 

그런 거 같아

 

암살자 캐릭터가 맘에 든대

 

다음 주에 미팅하자네

 

잘됐네

 

이번엔 날짜 안 당겨도 되지?

 

응, 갈 수 있을 것 같아

 

살아간다는 거
그렇게 나쁘진 않지?

 

피아노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지만

 

윌리엄!

 

윌리엄!

 

윌리엄?

 

구급차 좀 불러줘요!

 

윌리엄!

 

아... 아이는... ?

 

뭐? 응, 응,
괜... 괜찮아

 

자... 자기가 살렸어

 

자... 자긴 어때?

 

컨디션은 예전만 못해

 

여기 자기도 누워봐

 

박수치는 거야?

 

 

자기를 위해서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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